채용 과정을 마치며
이전 글 두 달간의 인턴십을 마치며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인 최종 면접이 끝났다. 서류 접수를 작년 9월에 시작했으니 여기까지 반년 정도가 걸렸다.
어떤 회사의 채용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겪어본게 처음이라 여러모로 평생 못잊을 일이 될거 같다.
그런김에 쓰는 이번 글은 최종 탈락 후기다.
메일에 적힌 면접 시간이 꽤 긴 것을 보고 최종 면접도 지난 번처럼 기술 면접이 될 것 같다는 추측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일정이 미뤄지면서 준비할 시간이 더 생겼는데, 자료구조와 운영체제 등 CS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차 면접 때 답변을 못했던 질문들의 답도 다시 준비했다.
그리고 대망의 최종 면접 날.
대부분의 IT 회사가 재택 근무를 하고있기 때문인지 항상 북적거리던 판교역 주변이 정말 한산했다.
직장인들이 없으니 차도도 인도도 텅텅 빈 것을 보고 이래서 판교를 다들 유령도시라고 부르는 거구나 싶었다.
최종 면접은 2시간 반동안 진행되었다. 비록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오랜만에 사무실을 다시 들릴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면접이 시작되기 전 노트북으로 하는 인적성 검사같은게 먼저 있었다. 이어서 대면 면접이 진행되었고 면접관은 cto님, 대표님, 인사팀장님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준비한 부분에선 딱히 나온 질문이 없었다.
그렇다.. 최종 면접은 내 예상과 달리 인성 면접에 가까웠다.
그동안 뭘 하고 지냈는지 안부를 물어봐주셨고 자연스럽게 면접이 시작됐다.
이 회사에서 나를 왜 뽑아야 하는지, 내가 어떤 차별점을 가진 사람인지에 초점을 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듣고 뇌가 하얘지는 난감한 질문이나 특정 개발 지식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은 없었다.
그런데 내 장단점 같은 것은 평소에 생각을 안해봤던지라 긴장한 상태에서 갑자기 말하려니 머릿속으로 정리가 잘 안됐다. 말을 꾸며낼 여유가 없어서 면접용 답변은 커녕 횡설수설 했던 듯한 느낌?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많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면접관 분들에게 날 뽑아야 하는 이유를 잘 어필하지 못한것 같았다. 면접이 끝나고 나니 손바닥이 땀으로 가득했다.
얼마 후 최종 탈락을 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정규직 제안을 받고 바로 떨어지다니 머쓱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최종까지 가서 떨어지는 사람은 잘 없다는데 내가 그 케이스가 될줄이야. 사실 인턴 때 희망적인 이야기를 몇번 들었고, 과제 리뷰를 할 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어서 조금은 기대를 했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건데 지금까지 운좋게 잘풀리기만 했던 것 같다. 역시 정규직은 호락호락 하지 않은듯.
왜 안된건지 이 날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내 생각에 나는 면접의 기본이 안된 사람이었다.
면접은 어떻게 보면 나를 팔아야 하는 일종의 영업(?) 자리다. 웹툰은 오고싶어 하는 실력자들이 줄을 서있을 텐데.. 다른 취준생과 다른 내 차별점이 뭔지, 여기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고민을 안해본 내 실책인거 같다.
그럼에도 역시 작년에 제일 잘한 일 1위로 뽑을 만큼 이곳에서 값진 경험을 많이 했다. 비하인드를 조금 나열 해보자면,
- 가장 큰 것으로는.. 인턴 급여로 다음 학기 등록금이 해결되었고 큰 맘먹고 라식도 할 수 있었다.
- 자유도가 높은 과제라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에 재미있게 개발했다. 시간이 참 잘갔다.
- 두달 사이 코드를 보는 시야가 조금은 달라진거 같다. 작년에 같이 스터디를 했던 개발자 분들과 지금 새로운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슬랙에서 이런 얘기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여전히 나는 갈 길이 멀지만.. 짧은 기간이었는데도 코드 리뷰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구나 싶었다.
그동안 학교가 아니라 회사에 앉아있어도 개발이 나의 적성에 맞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아쉽긴 하지만, 개발자가 나에게 재미있고 보람찬 직업이 맞다는 확신을 얻은 것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그동안 막연히 서비스 회사를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개발 문화가 좋다는 것이 어떤 형태인지 알게돼서 회사를 선택하는데 있어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상반기 공채를 준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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