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인턴십을 마치며
이전 글 2019 NAVER CAMPUS HACKDAY WINTER 참가 후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짧게 지난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작년 겨울, 나는 캠퍼스 핵데이라는 해커톤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체험형 인턴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8주간의 인턴십이 마무리 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인턴 생활
그동안의 인턴 생활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빈브라더스 무제한권을 받은 느낌이라 해야할까? 커피를 하도 많이 뽑아먹어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으로 환산하면 30만원은 거뜬히 넘을 것 같다. 와서 코딩 하라고 자리도 주고 장비도 주고 원두 커피도 무제한이다. 게다가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월급까지...?! 첫 월급을 받았던 날 기분이 무척 좋긴 했지만 내가 회사에서 이 돈을 받을 정도의 값어치를 했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라서, 매일 슬리퍼를 끌고다니며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다. 팀원 분들도 좋은 피드백을 많이 주셨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보고 배운 것들은 대학에서 공부했던 4년과 견줄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
어떤 클래스나 메서드를 사용할 때, 실행 결과에만 집중하지 말고 각 구성 요소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 사용했을 때 어떤 문제나 예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잘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운영체제 같은 기초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도 말이다.
리뷰 준비를 할 땐 내가 구현한 내용, 즉 나만 잘 알고있는 내용을 전후 맥락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학교나 동아리에서 발표를 하더라도 보통 간단한 코드 조각이나 기획, 결과물 정도를 공유했었다. 하나의 feature를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설명하면서 누군가를 이해시켜야 하는 상황은 낯설었다. 학교에서 시험치려고 공부했던 시퀀스 다이어그램, 클래스 다이어그램 등이 이럴때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배웠다.
코드 리뷰를 받을 때는 매번 왠지모를 감동이 있었다. 살면서 누가 내 코드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봐준적이 없었는데, 정말 라인 단위로 작은 부분 하나까지 꼼꼼하게 봐주셨다. 따로 설명을 드린 적도 없는데 읽는 것 만으로 내가 짠 코드의 의도를 딱딱 알아봐주시고 더 좋은 제안이나 조언을 해주셔서 신기했다..!
이렇게 과제가 마무리 되기 전 항상 리뷰를 받는 단계가 있었기 때문에 코드를 보기좋게 짜는데 전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쓰게 됐고, 퇴근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클린 코드 같은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느낀 점
개인적으로 인턴 생활을 거치고나서 개발이 더 재밌어졌다. 혼자 토이 프로젝트나 예제를 만들 때는 실행이 잘 되는걸 보고 혼자 소소한 만족감을 느끼는게 전부였다.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의 소스 코드를 살펴보고, 내 지식을 바탕으로 그럴싸한 기능을 넣는 과정에 큰 매력을 느꼈다.
그동안 실무에서 개발자들은 어떤 소스코드를 작성하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개발부터 배포까지의 프로세스는 회사들의 기술 블로그를 읽고 간접적으로 상상만 해봤던 미지의 세계였다.
나는 팀원 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며 그런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된게 가장 좋았다.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이런게 바로 회사인가!!'를 계속 외치고 있었다. 당장 빌드 설정이나 github 레포지토리에 걸려있는 옵션만 살펴봐도 생소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스튜디오가 만들어주는 디폴트 설정도 제대로 뜯어본적이 없던 나는 gradle 스크립트만 살펴봐도 공부할 거리가 늘어났다.
프로그래밍은 정말 해도 해도 공부할거리가 끝도 없이 쌓여있다.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하게 하나씩 격파해가면서 어제보다 더 발전한 내가 되고 싶다.
인턴 종료
기존의 일정대로라면 오늘이 정식으로 인턴을 마치는 날이 되었을텐데, 얼마 전부터 전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예정보다 조금 이르게 종료되었다.
조기 종료 당일 퇴근 직전에 소식을 전달받아 허둥지둥 자료물을 정리하고 짐을 챙겼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팀원 분들이 갑작스럽게 떠나는 와중에도 따듯하게 작별 인사를 해주셨다. 정식으로 마무리를 하지 못한 아쉬움도 컸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휴가를 얻은 기분이기도 하다. 덕분에 어제랑 오늘은 쭉 방문을 미뤄왔던 안과, 치과 등을 순회하며 몸을 여기저기 수리하고 한동안 못만났던 친구들도 만났다.
인턴이 끝나고 얼마 안돼서 정식으로 정규직 제안이 왔다. 사실 인턴이 끝나기 전 리더님께 귀띔을 조금 들었어서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처음 자기소개서를 쓸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처음엔 체험형 인턴으로 입사해서 전환은 생각지도 못하고 들어왔었는데...
인턴 초기에는 제목 없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던..(;;) 어리버리한 나를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 9월에 핵데이 지원서를 쓰기 시작해서 지금 이 순간에 도달하기 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있다면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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