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한 표지

이 책은 한빛미디어의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겐 꿈의 회사인 라인에서 재직중인 분들이 집필한 책이다. 라인의 훌륭한 개발 문화를 외부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출간된 책인 것 같다. 첫인상은 고퀄리티의 회사 홍보 책자였는데 읽다보니 내용이 정말 괜찮았다.

 

나는 누군가의 경험이나 가치관이 녹아있는 글을 읽는걸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걸 읽는게 재미있다.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좋은 태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평소에 책을 고를 때도 시사, 교양, 기술 서적보다 에세이를 더 선호한다. 그동안 한빛미디어에서 여러 권의 책을 구입하거나 받아왔는데, 위와 같은 맥락으로 그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에 등극할 것 같다.

 

이 책에선 라인에서 근무 중인 열 두분이 어떤 커리어를 밟아왔는지, 어떤 경로로 라인에 입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라인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지은이 중에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개발자분도 계시고, 주니어 개발자 분도 계신다. 하지만 경력과 상관없이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는게 느껴져 라인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있구나 싶었다. Developer Relations, 오픈소스 매니저 등 나에게 생소한 이름의 조직과 직무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되었다. 텍스트만으로도 훌륭한 기업 문화가 느껴지는데 실제로 근무한다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저절로 생길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겉보기에는 24시간 내내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메신저 라인이었다. 그 뒷단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막연한 상상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대규모 서비스를 지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로벌 서비스인 만큼 여러 문화권에 대응하는 등 폭넓은 관점에서 서비스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도 말이다. 개발자라고 코딩만 잘 해야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용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견문을 넓히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나의 예전 기억을 돌이켜보며 소소한 깨달음을 얻은 부분도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오류가 발생하고 문제가 일단락되면 장애보고서를 필수로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예전에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라인과 같은 사내 시스템을 썼다. 그때는 프로그래밍보다 기획에 가까운 일을 했기 때문에 실제로 개발자들이 하는 일은 어깨너머로도 보지 못했다.

한번은 팀에서 급박한 일정으로 랜딩페이지를 준비하다가 사이트를 호스팅하는 서버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어떻게든 홈페이지가 오픈된 후 다른 팀원분께 장애보고서를 써야한다는 연락이 왔다고 들었었다. 당시엔 그런 프로세스가 있는 이유가 누가 잘못을 해서 문제를 일으킨건지 경위를 파악하는게 목적인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보고서를 쓰라는 건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장애의 원인을 빠르게 파악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디테일한 기술 이야기는 많지 않지만,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 개발자들은 이렇게 지내고 있구나 싶어서 IT회사-희망편-을 간접 체험한듯한 기분이다. 현직 개발자의 일기장을 보는듯한 느낌이라 특히나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읽게된다면 누구나 라인에 가고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한빛미디어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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